폐교살이로 창업해보기 (제로임대, 공동텃밭, 장터포인트)


                              
폐교살이로 창업해보기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지방 살이가 재테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월세가 조금 저렴하고, 공기가 좋으며,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 살아보니, 단순히 돈을 아끼는 수준이 아니라 돈 없이도 살아가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숫자나 통장 잔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전체가 바뀌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극유니크한 재테크 방식을 공유하고자 작성하였습니다.

폐교살이의 시작, 월세 0원 창업 스토리

저희 부부가 경북의 한 군 단위 마을에 있는 폐교에 들어가게 된 것은 거의 우연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다가 실패하고 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중, 이주민 지원 제도와 관련된 정보를 찾다가 '폐교 무상 임대'라는 글귀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건물을 공짜로 쓸 수 있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활용해 체험형 카페와 수공예 공방, 그리고 지역 농산물 판매 코너를 합친 복합공간을 만들었습니다. SNS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점차 늘었고, 월 매출은 700만 원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건비,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지역의 중고 자재를 활용하였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인테리어를 도와주셨습니다. 저희는 건물 임대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더불어, 마을이라는 커뮤니티의 도움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처럼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사용하는 사례가 지방에 여럿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자체는 폐교, 비어 있는 창고, 노후 시설 등을 문화 공간이나 체험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 청년이나 창업자에게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업을 위한 임대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공동체 참여 기회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저희의 경우, 그 출발선이 바로 폐교였다는 것이 인상 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활비가 반 토막, 공동텃밭이 만든 재테크 구조

도시에 살 때는 하루하루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방에서는 그런 필요 자체가 점차 사라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식비였습니다. 저희는 강원도 평창으로 이사한 뒤 마을 공동텃밭을 분양받았습니다. 연 2만 원의 사용료로 계절마다 고구마, 감자, 배추 등을 재배할 수 있었고, 김장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절임 배추부터 양념까지 공동 구매를 통해 절감하였습니다.이러한 공동체 기반의 생활 방식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웃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노동과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비 패턴이 줄어드는 게 아닌 생활 구조의 전환을 하게 하였습니다.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저축할 수 있는 여건이 늘어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저희는 자연스럽게 통장 잔고가 채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비 또한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약되었습니다. 지방은 대중교통이 부족한 대신, 차량 유지비가 훨씬 저렴합니다. 보험료, 정비비, 유류비 모두 도시보다 낮은 수준이고, 교통 체증이 적어 연료 효율도 높았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마을에서 차량을 공유하는 형태의 '비공식 카셰어링'도 종종 이용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차가 필요한 날에는 이웃에게 연락하면 기꺼이 차를 빌려주었고, 그 대신 김장이나 텃밭 일을 도와주는 식으로 상호 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지출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생활은 단순히 절약을 넘어서, 불필요한 지출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계획 없이도,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방살이 재테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터포인트로 살아가는 법, 사람 중심의 로컬경제

저희가 지방 살이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는 '장터 포인트 시스템'이었습니다. 전북 진안의 오일장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장터 청소, 분리수거, 간단한 일손 돕기를 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데, 이 포인트는 장터 내의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화폐가 아닌 노동과 참여가 경제의 수단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본 한 청년 농부는 장터 내 '수거 대행 서비스'를 창업하였습니다. 그는 고령의 주민들을 대신해 폐품 정리, 물건 운반 등의 일을 해주고 포인트를 받아 사용하였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경험은 저희 부부가 시작한 ‘장터 정기배송’입니다. SNS 없이, 단지 장터 게시판에 쪽지 한 장 붙였을 뿐인데 매주 감자, 고구마, 계란 꾸러미를 주문하는 이웃이 생겼습니다. 광고비도, 마케팅도 필요 없었고,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형성되었습니다. 배송은 직접 걸어서, 또는 마을 자전거를 이용해 이루어졌고, 이 과정 자체가 수익보다 관계 중심의 거래로 작용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건 지역 커뮤니티의 결속력 때문입니다. 이웃은 고객이었고, 때로는 생산자였으며, 동시에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이중적 관계가 가능해지는 곳이 바로 지방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 중심의 구조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극유니크한 재테크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은행 잔고는 적지만, 신뢰 잔고는 늘어나는 삶. 이것이 지방 살이의 진짜 매력입니다. 지방에서의 삶은 단순히 '비용을 줄인다'는 개념을 넘어서, 아예 돈이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드는 삶으로 발전합니다. 폐교를 활용해 공간을 재창조하고, 공동텃밭과 공유 시스템으로 식비와 교통비를 절감하며, 이웃과의 신뢰를 통해 경제 활동을 전개하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지방살이 재테크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통장 잔고를 보며 숨이 막힌다면, 숫자를 채우는 대신 지출을 없애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방이라는 공간은, 당신에게 자산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우리의 재테크는 통장이 아닌, 마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반려가전 없이 살기(대체생활법, 요금변화,재구성)

침대없이 살기프로젝트(실내활용, 절감효과, 숙면환경)

디지털 청소로 수익내는법(중고기기, 클라우드, 정리습관)